그믐달
그믐달그믐달은 달이 사라진 듯한 밤에 존재한다. 하늘엔 달빛이 없고, 세상은 더욱 어둡지만, 그믐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달을 품고 있는 깊은 쉼이다. 그래서 그믐은 사라짐이 아니라 준비이며, 침묵이 아니라 탄생 전의 숨이다. 인생에도 그믐 같은 시기가 있다. 빛나지 않지만, 그저 견디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때. 그믐은 조용히, 다음 빛을 기다린다.■□늦은 밤, 하늘엔 별만 떠 있고, 달은 보이지 않았다.달삼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스승님, 오늘은 달이 안 보여요. 아예 없는 밤 같아요.”스승은 고개를 들어 별자리를 따라가듯 말했다.“그믐이지. 달이 없는 밤. 아니,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진 건 아니야.”달삼은 조용히 되묻는다.“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 마음 같네요. 가끔 저도 제 마음이 사라..
2025.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