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완전 정복4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문학평론 신동엽 시인은 20세기 한국 시문학의 정수 가운데 하나로, 현실과 민중을 직시하는 언어를 창조해낸 저항 시인이다. 그의 시는 시대의 거짓과 위선을 벗기려는 강한 의지에서 출발한다. 「껍데기는 가라」는 그 대표작으로, 외.. 2025. 4. 10. 이육사의 '광야' 이육사 -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문학평론 이육사는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위해 온몸으로 저항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본명은 이원록이며, 1904년 안동에서 태어나 조선과 만주, 중국 등을 오가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2025. 3. 24. 윤동주의 '서시' 윤동주 -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문학평론 「서시」는 윤동주의 내면세계와 시세계 전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억압의 시대 속에서도 그는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는 단지 윤리적 도덕성을 넘어서, 존재의 근본을 정직하게 응시하고자 한 실존적 결단이다. 외부의 강요에 굴하지 않고 내면의 양심을 붙잡고자 한 시인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저항이었다. 시의 중심에.. 2025. 3. 24. 첫새벽 - 시인 한강 첫새벽 첫새벽에 바친다 내 정갈한 절망을, 방금 입술 연 읊조림을 감은 머리칼 정수리까지 얼음 번지는 영하의 바람, 바람에 바친다 내 맑게 씻은 귀와 코와 혀를 어둠들 술렁이며 포도를 덮친다 한 번도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 텃새들 여태 제 가슴털에 부리를 묻었을 때 밟는다, 가파른 골목 바람 안고 걸으면 일제히 외등이 꺼지는 시간 살얼음이 가장 단단한 시간 박명 비껴 내리는 곳마다 빛나려 애쓰는 조각, 조각들 아아 첫새벽, 밤새 씻기어 이제야 얼어붙은 늘 .. 2025. 3.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