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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2

낡은 나무의자 낡은 나무의자낡은 나무의자는 말이 없었다.다만 모든 계절과 몸짓을 받아내며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냈다.달삼은 배웠다.반짝이지 않아도, 흔들려도 괜찮다고.중요한 건 오래도록 앉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걸.언젠가 누군가 지친 걸음을 멈출 때,조용히 내어줄 자리를 품은 사람이 되길 바랐다.■ 스승과 달삼의 대화 달삼은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삐걱대는 나무의자에 앉았다.물기 먹은 나무결,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 앉을수록 익숙해지는 굽은 등받이.“스승님, 이 의자는 낡았지만… 이상하게 편해요. 처음부터 내 자리였던 것처럼요.”스승은 그 옆에 천천히 걸터앉으며 말했다.“오래 앉은 자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자리야. 낡았다는 건 무너졌다는 뜻이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나무의자는 처음부터 낡.. 2025. 4. 8.
기다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꽃나무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봄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거나, 장미의 짙은 향기가 공기를 감쌀 때,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동시에 그 찰나의 덧없음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그 순간을 위해 나무가 견뎌온 긴 시간이다. 꽃나무는 일 년 내내 꽃을 피우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꽃 없이 보내며, 조용히 내면을 다지고 또 다진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깊이 뻗고, 잎을 키우며, 다시 올 개화의 순간을 위해 묵묵히 힘을蓄積(축적)한다. "눈부신 순간이 찾아오기 전, 흙 속 깊이 새겨진 인내가 있다." 꽃이 피.. 2025.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