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_Epilogue
다정한 삶, 오래된 말들한 걸음씩 걸었다.스승은 앞서 걷고, 달삼은 곁을 따라가며 묻고, 배웠다.그 길 위엔 거창한 철학이나 현학의 말보다, 검정고무신 한 켤레, 논두렁 위에 핀 민들레, 한 모금 막걸리와 한 조각 누룽지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삶은 어디서나 말을 걸어오고 있었고,스승은 그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었으며,달삼은 그 말에 가슴으로 대답하는 사람이었다.50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한 낱말들은모두 우리가 스쳐 지나쳤던 일상의 것이었다.하지만 스승과 달삼의 대화를 통해 그것들은 다시 생명을 얻고,한 줄기 빛이 되어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었다.낡은 나무의자도, 오일장도, 멍석도, 종이비행기도—결국은 모두 '사람'을 품은 말이었다.이야기 하나하나마다 담긴 것은그 시절의 냄새, 마음의 자세, 그리고 ..
2025. 5. 31.
새참
새참새참은 하루의 한가운데, 일과 일 사이에 찾아오는 작은 축복이다.고단한 몸을 내려놓고 둘러앉아, 김이 나는 밥 한 술, 고추 한 입, 장아찌 하나로 마음까지 데워진다.새참은 요란하지 않지만 정겹고, 많지 않지만 충분하다.새참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함께 땀 흘린 이들과의 조용한 기쁨이다.그래서 새참은 ‘먹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간’이다.■□해가 중천에 오른 어느 날, 두 사람은 들판에서 일을 하다 새참 시간이 되었다.어느새 밭둑 위에는 도시락 보자기와 깻잎 장아찌, 삶은 달걀, 보리밥, 그리고 된장국 한 그릇이 펼쳐졌다.달삼은 흙 묻은 손을 씻고 나서 말했다.“스승님, 별다른 반찬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맛있을까요?”스승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떠먹으며 말했다.“배가 고프기도 하겠지만, ..
2025.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