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 청람
하늘은 그날 입을 닫았다.
울음을 꾹 삼킨 구름들,
말 잃은 새떼가 허공에 머물고
능선은 마치 불길에 쫓기는 짐승처럼
서둘러 몸을 접었다.
숲은 함성도 없이 무너졌다.
타는 나무의 비명은
삶의 틈새마다 먹물처럼 번졌고
집 한 채, 시간 한 덩이, 이름 없는 하루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창백한 대문을 열면
먼지보다 먼저 울음이 흘러든다.
벽에 걸린 그리움의 액자,
불타지 못한 한 줌의 기억은
여전히 타닥타닥 심장을 찔렀다.
텅 빈 마당, 무너진 식탁,
고양이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
잿더미 아래 눌려 숨을 죽였다.
"살았으니 다행"이라는 말은
슬픔 앞에 놓인 허전한 방석 같았다.
불은 떠났지만,
그들의 심장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다.
밤마다 타오르는 과거의 그림자들,
그 소리는 도무지 잠들 줄 몰랐다.
그래서 기도한다.
검게 그을린 가슴팍에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푸른 이파리,
부서진 벽돌 위에 놓일 작은 평화,
그늘조차 머물 수 있는 지붕 하나.
이 산이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우리의 손이 그 뿌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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