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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완전 정복/신동엽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by cheonglam 2025. 4. 10.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문학평론

신동엽 시인은 20세기 한국 시문학의 정수 가운데 하나로, 현실과 민중을 직시하는 언어를 창조해낸 저항 시인이다.

그의 시는 시대의 거짓과 위선을 벗기려는 강한 의지에서 출발한다.

「껍데기는 가라」는 그 대표작으로, 외형과 껍질, 허위의 이념들을 걷어내고 진실하고 순수한 본질만을 추구하고자 한다.

“껍데기는 가라 /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에서 보이듯, 시인은 4.19 혁명을 단지 정치적 사건으로만 보지 않는다.

혁명의 외피가 아닌, 그 속에 담긴 민중의 열망과 고통, 순수한 의지를 알맹이로 간주한다.

그는 동학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민중의 아우성이 늘 권력과 제도 아래서 껍데기로 탈색되었음을 통탄한다.

그러나 시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는 선언을 통해, 우리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아사달과 아사녀의 결혼 상징은, 인간 본연의 만남과 사랑, 자연스러운 삶의 가치로 회귀하려는 그의 지향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는 무력과 억압, 전쟁의 도구들을 벗어던지고 평화와 생명의 시대를 맞이하자는 강력한 희망이다.

이 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하나의 문명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인의 간절한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