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부활』3
“스승님, 『부활』은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어쩐지 한편으론 답답한 부분도 있었어요. 너무 도덕적인 기준만 강조하는 것 같달까…”
스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관찰이다, 달삼아. 『부활』은 아름답고 진지한 작품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함께 안고 있단다. 작가인 톨스토이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어.”
“톨스토이는 말년에 신앙과 도덕에 심취했지. 그러다 보니 귀족 생활을 죄악시하고, 모든 재산을 버리고 금욕적인 삶을 살려 했단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어.”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요?”
“그는 ‘무소유’를 외쳤지만, 실제론 아내와 자녀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줬고, 이상을 강요했다는 비판도 받았어.
자신의 회개와 도덕적 회복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요구한 셈이지. 그런 점이 『부활』 속 네흘류도프의 태도에서도 드러나.”
“카추샤를 구원하려는 행동이 오히려 자기만족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바로 그거야. 어떤 평론가들은 ‘네흘류도프가 카추샤를 진정한 인격체로 대했다기보다,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한 대상으로만 본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좀 단순하게 느껴졌어요.”
“맞아. 이야기의 주제의식이 강한 만큼, 인물들이 상징적이고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있어.
네흘류도프는 회개하는 선한 귀족, 카추샤는 피해자, 제도는 악한 구조. 하지만 현실은 더 복잡하잖니.”
“그렇죠.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제도가 만든 피해자인 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렇단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도덕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회피가 될 수도 있지.
이 점이 『부활』이 간과한 중요한 부분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대에 『부활』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껴져요.”
“그 점이 중요하단다. 현대 사회는 겉으로는 법과 제도가 정비돼 있지만, 여전히 죄의 본질, 회복의 기회, 인간 존엄에 대한 고민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지.”
“특히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그냥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부활』은 말해 주지.
회개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며, 용서란 말이 아니라 변화라는 것을.
톨스토이는 이렇게 묻고 있는 거야. ‘당신은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마주한 적이 있는가?’라고.”
“스승님, 『부활』은 완벽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인간적인 작품 같아요.”
스승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이야말로 『부활』의 진짜 메시지다.
완전하지 않은 존재들이 서로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것, 그것이 진짜 ‘부활’이란다.”
'이야기로 보는 세계 100대 소설 > 톨스토이의 부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톨스토이의 '부활' 2 (0) | 2025.03.25 |
---|---|
톨스토이의 '부활' 1 (0) | 2025.03.25 |